서울 맛집순례 - 생선구이

▨ 주인장이 인심 좋은 구이집, 동대문종합시장 전주식당

시장통 구이집. 초벌구이한 생선을 다시 구워주는 방식인데, 여느 식당보다 훨씬 촉촉하다. 고등어도 자반치고는 짜거나 마르지 않았다. 생선이 통으로 구워 나오는 시장 방식이 아니라, 꼼꼼히 생선의 배를 갈라 옆으로 가지런히 포 떠서 골고루 굽기에 그 맛에 길들여진 손님들이 줄을 선다. 초벌로 구운 생선 속살이 마를 틈이 없이 밀려든다. 이 집 주인장의 사심 없는 웃음과 넉넉한 아줌마 인심은 익히 시장 안에서도 소문이 나 있다. 삼치, 고등어, 꽁치 구이 모두 4000원.


▨ 무한대 리필 생선구이, 잠원동 대풍

구운 생선을 실컷 먹고 싶을 때 가볼 만한 곳이다. 신사동 먹자골목 끝에 있는 대풍은 주변의 흔한 고깃집과 별반 다르지 않으나, 점심시간만 되면 생선구이백반(5000원)을 먹는 직장인들로 가득하다. 고기든 생선이든 숯불에 그슬려야 제 맛인데, 이 집의 삼치·고등어·굴비는 숯불에 구워 나오고 원하는 만큼 계속 먹어도 추가 요금을 받지 않는다. 저녁엔 고기 먹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생선구이를 더 활기차게 먹으려면 점심시간이 잘 어울린다.


▨ 피카디리 골목길의 주춧돌, 금성식당

80년에 오픈해서 종로3가 피맛골 골목을 20년 넘게 지키고 있는 소박한 식당이다. 입구는 작은데 막상 들어서면 80명 이상 앉을 수 있는 넓은 식당이 펼쳐진다. 오랜 시간 동안 30여가지 메뉴를 작은 주방에서 소화해낸 노련함이 배어 있다. 삼치구이는 통으로 구워진 삼치 반토막이 1인분으로 나오는데, 생긴 건 터프하지만 보기보다 퍽퍽하지 않고 밑반찬도 깔끔하다. 이 집은 생선에 간을 하지 않고 고추냉이(와사비) 간장을 찍어먹는 스타일이다. 종로 나간 김에 한 끼 먹기 적당한 곳이다. 삼치구이, 자반고등어, 굴비백반이 모두 5000원.


▨ 굽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흥겨운 곳, 여의도 다미(多味)

생선구이를 깔끔하게 먹겠다는 생각은, ‘난 덜 맛있는 생선구이를 먹어도 좋다’라는 선언과도 같다. 삼치·고등어·꽁치 등 기본 생선부터 연어·도루묵·청어·병어·우럭·시샤모 외 꼬치까지 그 종류가 화려하다. 냉동하지 않은 생물을 바로 그 자리에서 연기를 피워가며 구워준다. 소형 생맥주잔에 나오는 다미칵테일(2000원)은 구이를 한없이 먹게 하고 출출할 때는 간장 발라 석쇠에 구운 주먹밥(2000원)이 인기 있다. 다미에 갈 땐 생선 비린내가 좀 배어도 마음이 안 아픈 수수한 옷차림이 제격이다. 가격은 7000~8000원 선이다.


▨ 벤처타운에서 찾은 깊은 생선 맛, 역삼동 해림(海林)

‘오늘 점심은 뭘 먹지?’ 하고 고민하는 테헤란로 샐러리맨에게 추천하고 싶은 집이다. 깔끔한 실내에 냄새도 나지 않고 밑반찬 하나하나가 정갈하다. 얌전하게 구워졌으며 퍽퍽하지도 않아 밥 한 공기 금세 뚝딱이다. 삼치(5000원)는 실하고, 한 마리를 독차지할 수 있는 황태구이(5000원)는 덜 맵고 자극적이지 않아 부담 없는 맛이다. 친구와 짝지어 갔다면 한 명은 조림을 시켜보자. 고등어(5000원)나 갈치조림(1만원)이 한 뚝배기에 푸짐하게 나온다. 골목 골목으로 찾아 들어가야 되기에 초행길엔 꼭 물어보고 가시길.


▨ 아저씨들이 늘 북적이는 집, 공덕동 마포구이구이

뭐든 구워먹는 집. 점심엔 줄을 서고, 원형 스테인리스 탁자에 둘러앉아 절반은 생선구이, 나머지는 고기구이에 느긋하게 한잔하는 아저씨들이 많은 저녁이 오히려 여유롭다. 생선을 주문하면 아줌마가 넓적하게 포 떠진 생선을 연탄불에 정성껏 구워온다. 소금간을 적당히 한 점도 좋고, 함께 나오는 구수한 된장찌개도 집에서 먹는 맛 그대로. 꽁치, 고등어, 삼치구이가 모두 4000원대니 주머니 부담서도 해방.


▨ 아름다운 생선구이집, 도곡동 소나무집 

양재천 둑방길에 색다른 분위기로 생선구이 하는 집. 제주도에서 갓 잡은 생선을 급랭하여 공수해 온 뒤 즉석에서 굽거나 조리거나 탕으로 하는 것에 자신을 가진 집이다. 일단 소나무집 테라스에 앉으면 햇볕 쨍쨍한 날도 생선구이가 부담스럽지 않다. 생선구이 한 마리를 우아하게 먹으면서 데이트도 즐길 수 있는 분위기다. 선도나 맛에 비해 가격은 좀 센 편이다. 제주갈치구이 2만5000원, 제주고등어구이 1만7000원